原文:
왕 같지 않은 왕
마약이라니, 한국에서 참 판타지 같은 소재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1970년대 유신정권에서 ‘마약왕’이 정말 가능했을까 싶었다. 하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꽤 현실적이었다. 감독의 전작인 <내부자들>만큼, 아니면 송강호 배우의 전작 <택시 운전사>만큼. 솔직히 <내부자들>이야말로 판타지 같았다. 무엇보다 내부자의 고발로 나쁜 놈들의 만행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는 결말이 특히 그랬다. 정리하자면 <마약왕>은 <내부자들>보다는 소재가 더 판타지스럽지만 이야기는 현실적이다. 여기서 ‘현실적’이란 어느 정도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음을 부정할 순 없을 것 같다. <내부자들>을 만들었던 감독이니까. 말하자면 <내부자들> 같은 영화를 기대한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이중배반이다. <내부자들>보다 더 판타지를 예상하게 한 뒤, 덜 판타지스러운 영화를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미리 알려드리자면, 영화엔 <내부자들>의 그 유명한 ‘골프 샷’ 장면 같은 상상 이상의 퇴폐적인 장면이 나오지도 않고, 나쁜 놈들이 마침내 벌을 받는 통쾌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영화 같은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현실적이다. ‘마약의 왕’치고 덜 퇴폐적이고 덜 왕 같은 것이다. 제목에 ‘왕’이 들어가 있는데 왕 같지 않은 왕이 나오는 영화. 충분히 실망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우민호 감독의 선택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마약왕>은 개봉한지 고작 하루가 지나 첫날 26만 명밖에 영화를 보지 않았는데 둘째 날부터 소문이 벌써 좋지 않다. ‘재미없다던데’라는 얘기를 주변에서 벌써 여러 번 들었고, 자주 찾는 왓챠 코멘트 란에도 이렇게 평이 일관적으로 낮은 영화는 오랜만이다. 분명 실망할만한 포인트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이렇게 ‘별로인 영화 리스트’에 오를 만한 작품인지는 의문이다. 아무래도 이 글은 연상호 감독의 <염력> 때 그랬던 것처럼, 실드의 글이 될 것 같다. 아니 나는 어떤 부분에서는 <마약왕>이 <내부자들>보다 훨씬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무래도 영화의 배경이 유신정권시기인 것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 시기를 배경으로 나온 영화들은 어쩔 수 없이 정치적이다. 모든 전쟁 영화가 어쩔 수 없이 반전(反戰) 영화인 것처럼. 이 시기는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병들어있었다. 많은 경제적 발전/성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만큼 부작용도 컸다. 이 시기를 다룬 새로운 소재의 영화가 나올 때마다 부작용으로 인한 또 다른 상처가 드러나고, 그 상처가 아직까지 제대로 치료되지 않아 지금 우리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므로, 현실이므로, 영화는 더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판타지가 된다면 영화는 단지 영화로밖에 남지 않기에. 감독의 이번 선택을 지지하는 이유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 <마약왕>. 우민호 감독도 역시 시작부터 이런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신문에서 마약범이 부산 민락동에서 체포되는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모티프를 얻었다고 밝혔었는데, 그 사진엔 한 마약왕이 민락동 별장에서 잡혀 나오는 모습이 담겨 있었고, 문앞엔 군인들이 총을 들고 대치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 사진을 보고 옳다구나 했을 것이다. 외국 마약 대부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이미지. 이 얼마나 영화 같은 장면인가. 감독은 처음엔 유신정권 시기에 이런 것이 가능한지를 의심했었지만, 자료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이 시기였기에 가능한 것 같다’는 쪽으로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 오로지 먹고 사는 것만이 중요했던 시기, ‘잘 살아보자’고 노래 부르던 시기, 그러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눈감아주던 그런 시기였기에 되려 마약 사업이 더 번창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아니 어쩌면, <마약왕>은 그 어느 때도 아닌 이 때에만 성립할 수 있었던 이야기일수도 있다.
마약의 왕과한국의 왕
영화는 ‘마약왕’ 이두삼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그는 처음엔 부산에서 단순 밀매업을 하다 우연한 기회에 마약 사업을 접하게 되고, 한국에서 직접 만들어 일본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 대박을 치게 된다. 이두삼은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부산 지역 밀수업자, 일본 야쿠자 두목 등의 사업 파트너에서부터, 마약담당형사나 정부 고위직 간부들처럼 나라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두삼의 뒤를 봐주던 사람들까지. 그중에서도 가장 의미심장한 만남은 바로 당시 대통령 박정희와의 만남이다. 나라의 ‘왕’과 마약의 ‘왕’의 만남. 그러나 그 만남은 전혀 평등하지 않다. 두삼은 그저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수여받았을 뿐이고, 그는 그 순간을 찍은 사진을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둘은 이렇게 큰 차이를 갖고 있었지만, 아이러니에도 같은 타이밍에 비슷한 엔딩을 맞이한다. 마치 긴밀하게 연결돼있는 ‘공동체’처럼. 70년대의 마지막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죽자 마약왕 이두삼도 역시 몰락한다. 영화에선 그의 어두운 사업의 뒤를 봐주고 있던 사람들이 힘을 잃었다는 식으로 설명된다. 그는 검거당하는 과정에서 약에 취해 끊임없이 중얼거린다. “빨갱이들이 나 잡으러왔다,” “내가 이 나라 먹여 살렸다,” “내가 먹여 살린 사람이 몇인데.”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보는 마약왕의 입에서,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대사를 듣는 순간. 이 익숙한 구절이 그의 입에서 나올 때, 그리고 그게 전혀 억지로 느껴지지 않을 때, 나는 이 영화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영화의 배경이 단지 배경으로만 쓰인 것이 아니라는 것, 그 역시 하나의 큰 비유였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영화는 오프닝에, 히로뽕이 어떻게 처음 사용됐는지를 설명하며 시작된다. 2차대전 당시 일본은, 병사들에게 히로뽕을 투여하여 졸음과 두려움을 잊게 한다. 뽕을 맞은 일본군은 그 악명 높은 카미카제를 실행하기에 이른다. 몇 년 뒤 전쟁은 끝이 났지만, 약은 열도에 남아 일본인들을 괴롭히고, 사회는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는 이야기. 다시대한민국 70년대. 마치 온 사회가 뽕을 맞은 듯 단 한 가지에만 몰두했었던 그 때. 최대의 성과, 그리고 부작용. 이 한 시대 자체가 마치 마약 같다. 마약왕이 이때 태어난 건 단지 우연이라고만 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마약, 새마을운동, 마약왕, 박정희.
이 시기를 마약에 비유한 것 자체는 사실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이미 했음직한 비유이다. 오히려 대단한 것은 용기다. 마약. 새마을운동. 마약왕. 박정희. 이 네 단어를 한 곳에 나열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특히 이제 막 상업영화로 큰 성공을 거둬 탄탄대로를 앞둔 감독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영화가 다소 아쉬울 순 있어도 나는 앞으로 그를 응원할 작정이다.
아니 그는 정말로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 받아야 한다. 박근혜가 탄핵을 당하고 유죄를 선고받았음에도, 이는 지금도 어마어마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수도 없이 들었던 그 말들,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그 덕분에 우리가 지금 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거다”는 말들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유효하기 때문이다. 마치 뽕의 부작용의 첫 증상인 의처증처럼, 나를 사랑하지 않냐, 나라를 사랑하지 않냐 의심 당하던 그때. 하나의 가치만을 강요당하던 그때에, 아직도 취해있는 사람들. 나쁜 것은 약인가, 약을 파는 사람인가, 아니면 약에 빠진 사람인가. 이 영화가 아직 약에 취한 사람들에게 닿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온몸으로 타락하는 인간을 연기한 송강호 배우에게 박수를 보낸다. ‘제발 나처럼 살지 말아주세요.’ 류의 연기. 작년 <1987>의 김윤석 배우가 떠오른다. 김윤석 배우는 이 역할로 올해 백상예술대상과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씨네21에서 뽑은 올해의 남자배우에도 이름을 올렸다. 내년에 송강호 배우의 수상을 기대해본다.

译文:
不像王的王
我觉得在韩国搞“毒品”这样的素材,简直是幻想。尤其是在维新政权下的70年代,“毒品王”真的可能吗?这是我当初的想法。不过,电影比想象得现实很多,就像导演的前一部作品《局内人》,或许更像宋康昊演员的前一个作品《出租车司机》一样。说实话,《局内人》才像幻想呢。特别是,因为局内人的告密,那些恶人的暴行,大白于天下的结局,更是奇幻。总而言之,《麻药王》的素材相比《局内人》似乎更加奇幻,但是,故事情节还是非常现实。在这里我所表达的“很现实”,确实带有一些消极、负面的因素,这我不否认,因为也是《局内人》的导演。对期待《局内人》这种电影的人来说,这部电影是双重的背叛。因为这部电影,给人们的预想是比《局内人》还奇幻,但是电影的制作,并没有想象的那么奇幻。给那些还没有看这部电影的人一个提示,影片中并没有像《局内人》里有名的“打高尔夫”场面那样超乎想象的颓废场面,更没有那些恶人逃脱不了法网,最终得到法律制裁的大快人心的场面。也就是说,在电影里才能看到的场面,在这部电影里反倒看不到了,从这一点上看,就是很现实的。不过相对于“毒品王”的大名而言,感觉颓废的程度不够味,王不像王。片名中有“王”字,但是出来王不像王的电影。我想确实很让人失望。
禹民镐导演的选择
不过,有些奇怪,《麻药王》上映才过了一天,只有26万票房,第二天就开始有负面的传言,在周边多次听到“这电影没什么意思”的评论,还有人们经常看的Watcha评论栏中,说这样普遍差评的电影也是好久没有看到。我想,确实有让人失望的地方,但是,我也怀疑,它是这么应该登上“烂片榜”的作品吗?看样子就像跟延尚昊导演的《念力》一样,成为被屏蔽的文章。我想《麻药王》的有些地方比《局内人》更有内涵,也许是维新政权时期下的电影背景,起到了更大的影响。
以这个时期为背景的电影,不得已都带有政治色彩。就像所有的战争片,不得不反战一样。这个时期,越仔细透视,越能发现它的病态。这个时期确实有经济的发展和成长,但是,也有很大的负面影响。每上映一部描绘这个年代的新影片时,总是暴露出一些因为负面影响带来的另一种伤痕。同时也感受到,这些伤痕还没有治愈好,我们的现实也受到了影响,因为这就是现实,所以电影只能更加现实。如果是幻想,电影只能留在影片中,这也是支持导演本次选择的理由。
这种背景下拍摄出来的电影《麻药王》,看起来禹民镐导演也不是一开始就按这种风格来拍摄电影。他说,他是在报纸上看到一个毒贩,在釜山的民乐洞被捕的照片,得到了灵感。照片中是一个毒品王在民乐洞的一桩别墅被缉拿带走的场面,门前是举枪对峙的军人。我想,导演就是看了这个照片拍掌叫好。在外国的缉毒大片中才能看到的场面,多么像电影的一个场景啊!导演最初也在怀疑,在维新政权时期这些能否成立,但是在分析和研究资料的过程中导演的想法也变了,最终得出“反而是这个时期,才有可能”的结论。这是一个只为填饱肚子而奔波的年代、高歌“过上好日子”的年代,为了过上好日子,什么事情都能睁一只眼闭一只眼的年代,就是因为是这样的时代,毒品事业才能如鱼得水,也许《麻药王》这个故事,也就是这个时期才能成立。
毒品王和韩国的王
电影描绘了“毒品王”李斗三的生平。他原来在釜山做单纯的走私业,后来在偶然的机会接触到了毒品生意,然后发展为在韩国制造毒品出口日本,生意越做越大。在这个过程中李斗三接触到各种各样的人物,他的合作伙伴釜山地区的走私贩子、日本黑社会老大,还有那些缉毒刑警、政府高官等要职人员做李斗山的后台。其中更加耐人寻味的,是与当时的总统朴正熙的相见,这是一个国家的 “王”和毒品“王”的相遇。但是,这种相见,没有丝毫的平等可言。斗三只是荣获了总统颁发的勋章,他特别珍惜那一瞬间拍下的照片。
反差这么大的两个王,不可思议的是在同一个时期,迎来了相似的结局,好像紧密相连的“共同体”一样。70年代的最后一年,1979年10月26日,朴正熙总统被杀,紧接着毒品王李斗三也开始没落。在影片中包庇李斗三灰色交易的人们也开始失去实权。他在被抓获的过程中,吸毒昏迷的他喃喃自语“赤化分子来抓我啦”,“是我养活了这个国家”,“我养活了多少人”,这是第一次通过电影看到的,通过毒品王的嘴说出来的,非常耳熟的对白,而且这耳熟的句子从他嘴里说出来时,并不感觉生硬。所以我重新思考了这部电影,于是感觉到电影的背景不仅仅是背景,也是非常恰当的一个比喻。
电影的开头讲述了最初使用毒品的原由。二战时期,日本就给士兵注射毒品,用这种手段使士兵忘记困意和恐惧。最后注射毒品的这些日本军人开始了臭名远扬的“神风”行动。过了几年后,战争结束了,但是毒品开始折磨留在列岛上的日本人,给社会带来了严重的负面影响。再回到70年代的韩国,整个社会好像吸了什么毒品一样,眼睛紧紧盯着一件事情,有过辉煌的成果,也有过严重的副作用。这个时代本身就像毒品一样,毒品王此时的诞生,不能简简单单的理解为偶然。

毒品、新农村运动、毒品王、朴正熙
把这个时代比喻成毒品,并不是什么了不起的事情,也许有人已经比喻过,重要的是一种勇气。毒品、新农村运动、毒品王、朴正熙,把四个单词罗列在一起,在我们的社会上是需要勇气的。特别是以商业片刚刚获得爆炸性成果,要走康庄大道的导演来说,更是如此。所以,电影可能多少留下一些遗憾,但是我还会大力支持他。
不,这个事情不应该是我一个人鼓掌,应该得到更多人的掌声。虽然朴槿惠受到弹劾,宣判有罪,但是这还是需要惊人的勇气才能做到的事情。听过无数次的话语:“为了生存,没办法呀”,“不过还是多亏他,才有我们今天的生活呀”,这些话对很多人来说还是有效的。就像最初毒品副作用般的疑妻症一样,你不爱我吗?你不爱国吗?这样被怀疑的年代,被强行要求同一个价值观,麻痹人们的年代;不好的是毒品,还是卖毒品的人,还是陷入毒品拔不出来的人?看起来这部电影还没有触及陷入毒品的人,不过对没有陷入的人而言,这部电影还是有意义的。从这个角度看,我要给予全身心投入,扮演堕落深渊角色的宋康昊演员以热烈的掌声。“千万不要像我这么活着”这种演技。我想起了去年《1987》中的金允石演员,他扮演的角色获得了今年百想艺术大奖和青龙电影奖的最佳男主角奖,同时登上《CINE21》选出的今年的男演员榜。我期待宋康昊演员获得明年的大奖。
校对: yuye1985
译者: 韩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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麻药王마약왕(2018)

又名:毒枭 / 毒王 / Drug King

上映日期:2018-12-19(韩国)片长:139分钟

主演:宋康昊 / 曹政奭 / 裴斗娜 / 金素真 / 金大明 / 李星民 / 李姬珍 / 赵祐镇 / 尹宰文 / 宋永彰 / 金海坤 / 李仲玉 / 李熙俊 / 朴庆惠 / 

导演:禹民镐 / 编剧:禹民镐 Min-ho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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